2008년 1월 7일 월요일

부엌의 마리아님

어린시절 에이브(ABE) 전집을 읽었던 이라면 이 책도 당연히 알 것이다.
우리 집에는 총 88권 중 앞부분 44권까지밖에 없었다. 44권은 쥬릴리. 늘 45권부터 88권을 읽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집에 있지 않아서 원껏 읽지 못해 아쉬웠었다.

여러 번의 이사를 거치며 어린시절 장만해 주셨던 전집류는 다 처분되었다. 하지만, 어린 시절 재미있게 읽었던 책들을 다시 읽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나뿐이 아닌지, 가끔은 하릴없이 돌아다니던 블로그스피어에서 에이브 전집에 대한 글을 마주치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전권의 제목/저자와 재출판된 제목을 정리하신 perfectly windy sky님의 글은 두고두고 참고할 만.

대학 입학 이후 거의 다 다시 구했다. 수서 살 때 아파트 재활용 코너에서 누가 거의 모든 권을 묶어서 내놓은 걸 발견하고 신나게 가져온 것이 가장 큰 수확. 그 외에는 간혹 지하철문고 - 요즘은 그 문고 자체가 없어진 것 같지만...-에서 빠진 권을 보고 빼온 적도 있다.; 그런데, '바닷가 보물', '작은 바이킹', '초원의 집', '큰숲 작은 집', '엄마 아빠 나', '아이들만의 도시', '부엌의 마리아님', '안네' 같이 수도 없이 되풀이해 읽은 책들은 지금 다시 봐도 그때의 감흥이 되살아난다. 바닷가 보물의 암모나이트와 손가락돌, 작은 바이킹의 통값, 말로 할 필요가 없는 로러 잉걸스 와일더네 초원의 집 시리즈, 엄마 아빠 나의 스켈링 후 아이스크림 먹다 잇몸이 무지 시렸던 일화나 친구가 다리털 깎는 걸 놀라운 눈으로 보던 일화, 아이들만의 도시에 나오는 황금나팔 주점, 안네에 생생하게 그려진 안네의 일기 뒷이야기 등... 반면, 새로 구한 45권 이후의 책들은 어릴 때만큼의 강한 인상이나 재미를 느끼며 읽게 되지는 않았다. 어릴 때 본 것이 그만큼 중요했던 모양이다.

몇 년 전 핏대 정보학도서관 어린이장서를 둘러보다 너무나 좋아한 '부엌의 마리아님'의 원본 "Kitchen Madonna"를 발견! 즉시 대출하여 그림 부분만 스캔해 두었었는데, 그린이 정보를 남겨 놓는다는 걸 깜빡했다.

보려면 클릭하세요.

지금 집은 자리가 없기에 상자에 담아 둔 ABE 전집을 비롯하여 내 책들을 다 꽂아 두고 언제든 마음껏 볼 수 있는 서재방을 만드는 것이 앞으로의 꿈이로다.

댓글 10개:

  1. trackback from: 부엌의 마리아님
    피니언니 블로그에서 이런 글을 보고 댓글을 쓰려고 했는데 차단되어 있어서 (충격이에요 언니 으흑) 내 블로그에 엮어 쓰는 글. 역시나 개강 전날은 공부도 번역도 몹시 하기 싫다.



    우리집에도 ABE 전집이 있다. 아직도 있다. 88권 전부 있었는데 친구한테 빌려줬다가 못 돌려받았다든가 등속의 이유로 몇 권 이가 빠지긴 했지만 아직도 80권 정도는 건재하다고 본다. 그중 '부엌의 마리아님'은 나도 매우 감명 깊게 읽었고, 피니 언니 블로그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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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안녕하세요:) 트랙백 타고 왔습니다. 저, 부엌의 마리아님의 삽화- 무엇보다 머릿속으로 계속 상상했던 이콘을 재현한 것은 처음 봐요.. 너무 훌륭해서, 보고있는것만으로 빠져버릴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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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에엥 이제는 댓글이 (뒤늦게) 나타나네?



    그러니까 저것은 언니가 제게 보내주신 그것! 사탕껍데기로 테두리를 둘렀어도 쳉스또호바의 마리아님이었던 것입니까! (경건)



    뭐 관련글은 제 블로그에 이미 썼으니 덧글은 짧게 줄이겠어요 ^^ 어쨌든 글 재미있었어요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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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와..정말 오랜만에ABE전집...

    우리집에는 전권이 다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거의 모든 책이 너덜이가 되었었다..(우린 넷이었잖아~ㅋ)

    작은 바이킹...생각난다 생각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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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안녕하세요,

    남겨 주신 트랙백 및 덧글 보고 왔습니다. 덧덧글로 간략히 말씀드렸지만, 정말로 아름답습니다. 저 고양이가 눈에 익은데, 에이브 버전 삽화(표지 말고)는 어땠던가 기억이 나지 않는군요. 집에 다녀오게 되면 확인해 봐야겠어요. :]



    실은 확인할 것은 한 가지 더, 역시 올려 주신 삽화를 보다가 떠오른 것인데 그레고리가 만든 완성판의 저 하늘은 결국 배 그림을 잘라 쓴 것이었던가요?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눈물을 머금고 자르는 장면은 기억나지만, 저 이야기에서 재단했다가 못 쓰게 된 재료가 한두 가지였던가요...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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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euphemia - 2008/08/16 03:41
    제 기억엔 아끼던 배 그림을 잘라내서 배경으로 썼다는 구절이 남아 있는 것 같아요. 그레고리가 실패했던 게 꽤 있아서 자신이 없긴 하지만--; 대표적인 실패작은 그리고 완성본을 보아도 마리아님의 머리 윗쪽 뒷배경에 흰 구름이 떠 있는 하늘 모양이, 그레고리 방 벽에 걸려 있던 배 그림의 하늘 모양새와 상당히 비슷하고요. 그래서, 저는 그게 그게 맞는 것 같아요!

    지금 책이 곁에 없어서 확인할 수는 없지만.. 나중에 책 넣어 둔 상자를 꺼내서 확인하고 그 구절을 옮겨놓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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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euphemia 님 방명록에 '오소리'님이 남겨 주신 구절;



    '<자네트가 나가 버리자 그레고리는 배 그림을 바라보았다. 오랫동안 그림을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그런 다음 그것을 제도판에 핀으로 누르고는 배경으로 쓸 본을 떴다 - 하늘에서도 가장 좋은 부분, 솜 같은 구름이 떠 있는 곳에 대고.

    그레고리는 가위를 집어들었다. 작은 배가 책상 위에 떨어지는 것을 보았을 때 그레고리는 아픔을 맛보았다. 깃발도 잘려 나갔다.

    " 좀 더 중요한 그림을 만드는 데 쓰려는 거야"

    위에 올라온 루틀을 보고 그레고리가 말했다. 루틀은 어찌 된 영문인지 그레고리가 고민하고 있으면 곧 그것을 알아차렸다. 발치에 꼬리를 감고 앉아 그레고리의 말을 알아들었다는 듯이 루틀은 눈을 껌벅거렸다.

    그레고리가 본뜬 대로 하늘을 오려 내어 성모와 아기 예수 둘레에 놓아 보니, 구름이 떠 있는 푸른 하늘은 어디로 보나 딱 어울렸다. 그 배경이 그림 전체에 깊이를 느끼게 했다. 처음이 좋으면 뒤도 좋다는 말대로, 그레고리는 곧 다음 것도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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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안녕하세요, 부엌의 마리아님을 검색하다 들어와서 너무 좋은 삽화를 발견하고 갑니다. 담아갈게요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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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저도 에이브전집과 부엌의 마리아님 검색하다 들어와서 정말 보물같은 컨텐츠를 발견했네요.

    감사히 담아갈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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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나탈리아 - 2009/02/27 16:56
    꿈으로 꾸던 게 눈앞에 나타난 기분이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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